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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iya7 + N 43mm f4.5: Diamond in the rough

2007년에 썼던 Mamiya7 사용기. 20여년간의 사진생활 중 유일하게 제대로 써봤던 글. SLR클럽에 올려놓았던 사실조차 잊고 있었는데 누군가 다시 그 얘기를 꺼내는 덕분에 생각나서 여기에 박제한다. 옛날에 썼던 글을 보면 역시 손발이 오그라든다. 말투는 왜이리 설익고 건방진지. 오래전 필름 그리고 중형카메라의 기억. 그런데 지금 봐도 참 못생겼다...

www.slrclub.com/bbs/vx2.php?id=user_review&keyword=43mm&setsearch=subject&no=22765

 

Mamiya7 + N 43mm f4.5: Diamond in the rough

Mamiya7 N 43mm f4.5: Diamond in the rough사진출처: www5e.biglobe.ne.jp/~alps/camera_lens/16.jpg1. Mamiya7광각을

www.slrclub.com

 

 

 

 

 

 

 

여담이지만 사진의 소비가 대부분 모바일에서 일어나는 요즘, 중형의 존재의미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게 아닐까. 어차피 인스타에 올릴꺼 이게 1억화소짜리 중형디지털백으로 찍은 것인지, 아이폰으로 찍은 것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블로그를 만든 가장 큰 이유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으로만 보려니 불만족스러웠던 것이고. 

 

어제 반도에서 907x를 만져봤는데, 복고적인 핫셀바디를 현대적으로 잘 해석하면서 기능성도 놓치지 않은 바디의 디자인은 누가 봐도 갖고 싶게 만들었더라. 거기에 끝내주는 만듦새와 묵직한 손맛, 기특하게도  AF도 되면서 옛날 waist level finder 느낌으로 찍을 수 있게 잘 설계한 회전형 LCD는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기계적 완성도의 정점. 44x33mm 5천만화소의 CCD센서는 화질이 얼마나 좋겠어. 앙증맞은 팬케익 45mm 렌즈는 135 환산 35mm 정도의 화각이니 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툭툭 느리게 사진 찍기에는 딱이지.

 

근데 907x가 사진 찍는게 그리 편할 것 같지는 않더라. 똑같은 센서와 렌즈군의 X1DII 50C가 찍는 편의성은 10배쯤 좋고. 반면 기존의 V시스템 바디/렌즈를 활용할 수 있는 standalone 디지털백이라는 907x의 장점도 있고 (다만 1.5배 크롭센서). 가격은 990만원 대 790만원이니까 907x 대비 20% 저렴. 심미적 만족감과 실용성+가성비라는 선택하기 어려운 비교가 형성되네.

 

그런 고민을 쭉 하다가...어, 근데 이걸로 인스타 하려고? 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현타. 모노크롬으로 인스타 올리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ㅋㅋ 어제 907x 실물을 구경하고 떠오른 잡생각. 어차피 살 수 없으니까 쓸데없는 고민이기도 하다.

 

반도 담당자 얘기로는 907x 대기자가 200명이 넘는단다. 45mm 렌즈까지 하면 1150만원에 악세사리들 몇 개 집으면 훌쩍 1500만원에 육박하는 중형디지털똑딱이가 이렇게 인기라니 돈 많은 분들이 참 많구나 싶다. 부담없이 1500 정도 쓸 수 있으면 나도 하나 가져다 놓고 싶기는 한 카메라니까 뭐 ㅎㅎ

 

 

 

 

 

 

 

Mamiya7 + N 43mm f4.5: Diamond in the rough

사진출처: http://www5e.biglobe.ne.jp/~alps/camera_lens/16.jpg 

 

 

 


1. Mamiya7


광각을 즐겨찍는 나에게 중형의 광각은 또다른 세계였다.
아버지가 쓰시던 핫셀의 40mm 렌즈 결과물은 정말 엄청난 충격이었다.
신혼여행 가는데 그걸 다 싸들고 간다고 걱정하던 와이프도,
그 때 찍어온 사진들을 보면 가져가길 잘했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503CW | Distagon CFE 40mm f4.0 | RVP



그러나 핫셀의 40mm는 여기저기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나 크고 무거웠고
그러다 보니 바깥구경을 하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욤사마를 통해 Mamiya7라는 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저것 알아본 결과 Mamiya7과 43mm의 조합이야말로 여행/풍경에 딱 적당한 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샵에서 Mamiya7와 80mm의 기본셋을 지른 후 오래지 않아
운좋게 좋으신 분으로부터 깨끗한 43mm 렌즈를 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Mamiya7 + 43mm가 여행/풍경에 최적의 조합이었을까?

 


날렵한 덩치와 무게
503CW + CFE 40mm에 비하면 훨씬 작고 가볍다.
왠만한 SLR에  기본렌즈 장착한 정도의 크기와 무게밖에 되지 않으니까.
43mm 렌즈가 바디앞으로 튀어나오는 부분이 짧기 때문에 가방에 넣기도 좋다.
bayonet 후드는 거꾸로 끼워놓으면 ok고.

풍경사진이 주된 용도인 중형광각에서 크고 무거워서 잘 들고 나가지 않게 된다면,
카메라나 렌즈가 아무리 좋아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Mamiya7에 43mm는 여행 다닐 때는 물론 해외출장 갈 때도 늘 가지고 다녔을 정도로 휴대성이 좋았다.
그 덕분에 기억에 남는 사진들을 많이 건질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미러쇽
핫셀의 엄청난 미러쇽에 비하면 렌즈셔터인 Mamiya7은 미러쇽 자체가 없다.
손맛으로 따지면 철커덩 찍히고 찌익 감아주는 핫셀이 틱~하고 끝나버리는 Mamiya7에 비해 훨씬 낫겠지만
삼각대를 늘 휴대하기 어려운 야외에서 이건 엄청난 강점이다.
1/15까지는 부담없이 눌러줄 수 있고, 난간 같은 곳에 팔을 고정시킬 수 있으면 1/4도 해볼만 하다.
어둑어둑 노을이 지던 경포대에서 1/8인가에서도 자신있게 셔터를 날릴 수 있었던 것은
분명히 Mamiya7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5.1 @ 경포대 | E100VS +2
+2 였음에도 불구하고 셔터스피드가 1/8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



판형
6x6이라는 정사각형 판형만의 매력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인화를 생각하면 인화지 잘리는 부분이 적은 6x7이 좀 더 경제적이라고 하면 좀 오버일까.
135 판형의 4:6에 익숙해진 눈에 보여는 6x7이라는 애매한 가로세로비율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정사각형도 아니지만 직사각형도 아닌 그런 애매한 매력.
또한 광각의 느낌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세로구도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정사각형보다는 직사각형의 판형이 더 유리하다.

2005.1 @ 양떼목장 | TMX
6x6이었으면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꺼다.



AEL + 외장파인더
135 환산 21mm라는 초광각에 조리개 우선이 되는 바디의 조합은 셔터랙 거의 없는 초광각 중형 똑딱이를 뜻하게 된다.
조리개 적당히 조여서 과초점 상태로 만들어 놓고 조리개 우선모드로 놓으면,
외장파인더 들여다보면서 대충 구도만 잡으면서 바로바로 셔터를 날릴 수 있게 된다.

파인더는 꽤 밝고 시원하다.
디옵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접안부 앞의 다이얼이 있고,
파인더 내에는 파노라마킷 장착시의 라인까지 포함하는 프레임 라인이 있다.
파인더 안에 수평계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수평 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꺼는 수평계가 고장나 있어서 그 덕을 못 봤다 -_-)


사진 출처 : http://www.kenrockwell.com/mamiya/images/finder.jpg 



43mm의 화각이 워낙 넓기 때문에 하늘이 많이 들어가는 구도처럼
화면 안에 명암차가 극단적으로 심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화면내 적절한 부분에 대한 노출값을 반셔터로 노출고정 시킬 수 있으므로 별 어려움 없이 찍을 수 있었다.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Mamiya 쓰면서 노출 때문에 완전히 망친 컷은 거의 없었다.

Mamiya7이 스팟에 가깝네, 중앙중점에 가깝네 하는 얘기들이 있는데 사실 나는 어디에 가까운지 잘 모른다.
파인더 안에서 노출값 뜨는거 보면서 대충 맞춰서 찍으면 Mamiya는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2. Mamiya7의 N 43mm f4.5 렌즈


Mamiya7을 산다면 그건 바로 43mm 렌즈를 쓰기 위함일 것이다.


필터구경: 67mm
렌즈구성: 6군 10매
무게: 390g
최소초점거리: 1m
조리개: f4.5 - f22
조리개날수: 5
135환산화각: 21mm

 


6x10 판형에 가까운 Veriwide100을 제외하면 중형에서 135 환산 21mm에 가까운 초광각은
핫셀의 SWC와 Mamiya7의 43mm 렌즈가 유일한 솔루션이다.
재미있는 것은 SWC의 Biogon 38mm와 Mamiya7의 43mm 모두 21mm f4.5의 오리지날 Biogon의 구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최소조리개 수치도 둘 다 4.5 아닌가)  
Ken Rockwell에 따르면 SWC는 오리지날 Biogon의 구조에서 단순화된 5군8매이고
Mamiya7 43mm의 구것은 오리지날 Biogon과 동일한 6군10매의 구조라고 한다.  http://www.kenrockwell.com/mamiya/43.htm )


5군 8매의 구성의 Biogon 단면도



SWC의 최소초점거리가 0.3m인데 반해 43mm의 그것은 1.0m라는 것이 좀 아쉬운 점이다.
목측인 SWC와는 달리 Mamiya7은 파인더내에서 초점연동이 되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하게 포커싱 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쓰면서 그렇게 가까운 거리의 피사체를 찍은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Biogon의 구조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속된 말로 '뒷다마'가 뒤로 엄청나게 튀어나온다.
마운트면 이후로 빠지는 부분이 거의 렌즈 경통 길이만큼 되는 덕분에,
전용뒷캡도 있고 필름 촬상면에 매우 가깝게 다가간다.
Mamiya7의 바디구조상 내부에 커튼이 있어서 필름을 재장전할 때 커튼을 쳐놓으면 렌즈를 보호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커튼을 치지 않으면 렌즈의 뒷부분을 긁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후드는 Bayonet 방식의 꽃무늬 후드이다.
기능적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좀 미지수지만 미관을 살리는 효과는 충분하다.
거꾸로 끼울 수 있기 때문에 휴대도 편리하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다.
후드를 장착한 상태로는 렌즈캡을 탈착할 수 없기 때문에 후드를 거꾸로 끼워놓던가,
아니면 후드를 장착하기 전에 렌즈캡을 빼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사용하다보면 상당히 불편한 부분인데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RF인데다 외장파인더를 사용하기 때문에  렌즈캡을 씌워놓고 사진을 찍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내장파인더로 보면 렌즈캡이 닫혀있는 경우 조리개를 아무리 열어도 노출부족으로 뜨니까 그나마 좀 낫지만,
외장파인더로만 보면 렌즈캡이 닫혀있는지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3. 작례


렌즈가 가져오는 색감의 차이는 잘 느끼지 못하는 막눈일 뿐더러,
그런 작은 차이보다는 결국 필름에서 오는 차이가 더 크다고 믿는 지라,
이 렌즈의 "색감"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다.
RVP 쓰면 마젠타가 낀 진득한 색감이 나오고, 네가 쓰면 좀 맹맹하게 나오고 뭐 그러는거 아닌가. -_-
그냥 이런 화각에 이런 느낌으로 나오는구나 정도로 보면 되겠다.




2005.1 @ 양떼목장 |  RDP3
폭설이 내린 직후의 양떼목장. 덕분에 눈구경 질리게 했다.



 

 

2005.1 @ 양떼목장 |  RDP3



 

 

2005.1 @ 양떼목장 |  TMX
대충 노출보정 +1.5에 놓고 조졌는데 노출이 잘 맞게 나왔다 -_-;;



 

 

2005.1 @ 양떼목장 |  TMX



 

 

2005.3 @ NYC, NY |  EPP



 

 

2005.3 @ NYC, NY |  NPH400
화이트데이 저녁의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전망대. 추워서 죽는줄 알았다. -_-
미니삼각대 놓고 릴리즈도 없이 손가락으로 30초동안 셔터 누르고 있었다.
미러쇽이 있는 바디였으면 어림도 없었을꺼다.



 

 

2005.3 @ NYC, NY |  NPH400



 

 

2005.3 @ La Jolla, CA |  RDP3
해가 지는 중이라 셔터스피드가 1/8 정도밖에 안 나왔지만 Mamiya7였기 때문에 건졌던 컷.
18% gray 정도로 보이는 적당한 바위에 대고 노출 맞추고 반셔터로 노출고정 후에 촬영.



 

 

2005.3 @ La Jolla, CA |  RDP3



 

 

2005.3 @ La Jolla, CA |  RDP3
역광이라 노출잡기가 애매했음. -_-;;
적당한 바닷물에 노출 맞추고 촬영.



 

 

2005.3 @ San Francisco, CA |  RDP3



 

 

2005.3 @ NYC, NY |  RVP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는 대부분 18% gray에 가까운 경우가 많음.
역광이었지만 바닥에 대고 노출고정 후 촬영.



 

 

2005.3 @ San Diego, CA |  RVP



 

 

2005.3 @ San Francisco, CA |  XP2



 

 

2005.12 @ Grand Canyon, AZ |  TMX +2





 

 

4. 글을 마치며


1년반이 넘게 만족하면서 써오던 Mamiya7 + 43mm였지만 결국 지난 여름 좋은 분께 보내고
다른 장비들까지 처분하는 출혈을 감행하고서 그놈의 SWC로 오고야 말았다.
주변에서 모두들 SWC를 외칠 때 나는 '그래도 Mamiya7 + 43mm면 충분하다'고 우기며 외롭게 버티고 있었지만,
결국 나의 허영심은 전혀 부족함 없던 조강지처를 내쳐버리고 모두가 열광하는 새끈한 독일미녀를 데려오고 말았다.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SWC는 나름대로 그만의 독특함이 배어있는 멋진 사진을 뽑아주고는 있지만,
(또한 "난 SWC를 쓰고 있어~ @_@" 라는 자뻑을 안겨주면서 나의 허영심을 꽉꽉 채워주고는 있지만)
사용상의 편의성이라던가 가격이라던가 하는 실용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역시 Mamiya7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늘 핫셀에 밀려서 실력에 걸맞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걸 보면서,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더 높게 평가되고 있는 듯 하다)
"내가 사용기를 멋지게 써서 Mamiya7도 SWC 못지 않다는걸 보여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나의 졸렬한 글빨과 작례로는 어림도 없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이 사용기로 Mamiya7이 그래도 괜찮은 놈이라는게 조금이라도 알려질 수 있다면,
떠나보낸 조강지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되려나 모르겠다.

예전에 *Yong님이 쪽지로 Mamiya에 대해 문의를 하셨을 때 드린 말씀중 하나가,
"이 정도 가격과 크기로 이 정도의 중형 광각을 쓸 수 있다는건 정말 축복입니다" 였다.
풍경사진가에게는 Veriwide100으로 가지 않는 이상 (사실 좀 땡긴다 -_-;;) Mamiya7 + 43mm의 조합은 신의 축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장터에 나오는 이 조합이 리플도 별로 안 달리면서 찬밥신세를 당하는걸 보면 정말 가슴 아프기 그지 없다.

엄청 재밌게 봤었던 Disney의 "Aladdin"의 도입부를 보면,
동굴에 들어가서 램프를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을 찾아오라면서 'diamond in the rough' 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말로 하면 '미완의 대기'쯤 되려나...
진흙속에 묻힌 진주가 누구에게나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에게 인정 받으면 그만이다.
그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은 땡잡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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