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에 우연히 캐논의 50.8 LTM 렌즈를 썼었는데 착한 가격과 작고 가벼운 외형임에도 묵직한 흑백필름에서 느낌이 참 좋았던 경험이 있었다. 그 기억을 부여잡고 언젠간 캐논 LTM 렌즈들을 또 써봐야지 생각하고 있다가 얼마전 ebay에서 저렴하게 올라온 캐논 렌즈들을 보고 (50.8과 50.4가 같이 올라왔었다) 무려 칠레 셀러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낙찰 받는데 성공, (항공우편으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한달반만에 무사히 렌즈들을 받았다. 그런데 판매글의 사진에서 보였던 것보다 실제 상태는 상당히 나빠서 광학부도 지저분한데다가 두 렌즈 모두 infinity lock은 부러져서 남아있지 않았고 (왜 이걸 사진에서 못 봤을까) 포커스링이 끝까지 돌지도 않는, 정상적인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의 렌즈였다. 내 다시는 칠레에서...저렴하게 산 렌즈라서 수리비가 아깝기는 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충무로에 보내 수리했는데 돌아온 렌즈는 실사용으로 쓸만한 수준으로 좋아져 있었다. 얼마나 다행이던지.
'Japanese Summilux' 불린다고 하는 (정말 그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Canon 50mm f1.4 LTM. 48mm의 애매한 필터사이즈와 블랙과 크롬이 뒤섞인 애매한 외형을 빼면 (Serenar처럼 다 크롬으로 만들었으면 클래식한 맛이라도 있었을텐데) 흑백의 결과물은 여전히 훌륭하다. 1959년도 발매된 렌즈에게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되겠지만 개방에서 너무 소프트하지는 않고 (샤프하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부드러운 계조가(좋게 말하면) 흑백에서 좋은 매칭을 보여준다. 이런 미묘한 차이가 렌즈마다 얼마나 유의미하게 다르냐, 그런 렌즈들을 꼭 다 하나하나 가지고 있어야 하냐고 물어보면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내 물욕 ㅎㅎ
2021. 2. 10. @ Home, Seoul
M10 Monochrom | Canon 50mm f1.4 II LTM | Silver Efex Pro 2 @ Grain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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